성북천의 오리들

소소한 글/사진 · 2020. 1. 4. 21:52

  새해를 맞아 하고싶었던 일이 있었다. 바로 묵혀뒀던 취미 부활시키기! 몇 년 전에 사진 좋아하는 친구를 따라 사서 조금 찍다가 말았던 입문용 DSLR으로 내가 좋아하는 새 사진을 찍어보기로 했다. 마침 집 근처인 성북천에 갈 때마다 오리도 있고, 가끔 학도 나타나니 바람쐬고 머리 식히면서 사진을 찍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도 풀린 겸, 카메라를 들고 점심 약속보다 조금 일찍 나와 성북천으로 향했다.

날개를 다듬고 있는 암컷 청둥오리.
위의 갈색 오리와 같이 다니던 수컷 청둥오리. 

  블로그를 찾아보면서 갈색 오리가 암컷이고 머리가 파란 게 번식기의 수컷 청둥오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번식기에 짝을 찾는 데 실패한 수컷 청둥오리는 혼자 다니는 암컷 오리를 기절시키고 강간하기도 한다는 TMI도 알아버렸다...) 위의 두 오리는 같이 다니던 걸로 보아 짝짓기에 성공한 듯 하다.

날씨가 정말 좋아서 강물에 햇살이 예쁘게 비쳤다.
마른 강변의 잎과 따뜻한 햇살에서 느껴지는 포근한 겨울 날씨.

  새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사진 전문가 지인분이 처음 새 사진을 찍을 때는 비둘기랑 참새가 연습하기 좋을 거라고 알려주셨다. 흔히 보는 새라서 찍는 재미는 없지만 사람을 봐도 도망가지 않아서 연습할때는 정말 좋다고 한다. 마침 옆에 비둘기가 내려오길래 몇 장 찍어보니 확실히 땅에 내려오는 친구들이라 오리들보다 크게 찍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마치 강을 응시하는 것처럼 찍힌 비둘기.
돌다리 위에서 정모 중인 비둘기즈

  후드가 없으니 플레어가 너무 강렬하게 찍혔다. 뒤늦게 손으로 가리면서 찍었지만 집에 와서 사진을 확인해보니 제일 잘 나온 컷에 플레어가 뙇...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

  조금 더 상류쪽으로 걸어가니 혼자 놀고 있는 오리 한마리가 있었다. 가진 렌즈가 번들렌즈 뿐이라 최대로 줌을 당겨도 이 정도가 한계였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위에서 다리를 건너가던 사람이 "오리!!" 하고 소리치는 게 들렸다.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더 이상 다른 새가 안 보여서 찍은 사진.

  30분정도 머물면서 사진을 찍었다. 날씨가 좋아서 평화로운 사진들을 많이 찍었지만, 가끔 보이는 학이 오늘은 보이지 않아서 아쉬웠다. 아마 저녁 시간에 오면 있을지도 모르겠다. 후드나 망원렌즈 같은 장비들을 바로 구매하기 전에 갖고 있는 걸로 찍어보았는데, 돈이 되는대로 후드도 사고, 좀 더 줌이 되는 렌즈도 구비하고 싶어진다. 다음번에는 늦은 오후 시간대에도 나와서 찍어봐야겠다.

카메라 : 니콘 D3200

렌즈 : AF-S DX NIKKOR 18-55mm F3.5-5.6G VR